수익이 나고 있을 때 투자자들은 '요즘 잘 되고 있어서 좀 더 크게 들어갔어요'라고 말하곤 한다. 반대로 손실이 나고 있을 땐 '"이건 분명히 오를 거야. 내가 틀리지 않았어.'라고 한다. 두 경우 모두 결과가 나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성과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화에서는 잘 될 때 오히려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와 틀렸는데도 자신 있는 '패자의 과신'을 함께 살펴본다.
☞ 본 글은 투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투자자 심리·행동경제학 시리즈
1화. 손실회피의 진짜 메커니즘
2화. 투자 결정 피로감 관리
3화. 성과 기반 의사결정의 함정←현재글
4화. 감정과 데이터를 분리하는 습관(예정)
5화. 나만의 의사결정 매뉴얼 만들기(예정)
6화. 실패한 매매에서 배우는 교정 루틴(예정)
승자의 저주: 잘 될수록 더 위험해진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는 경매 이론에서 나온 개념이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투자에서도 연속으로 수익을 내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내가 시장을 읽는 능력이 있다'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때 수익이 날수록 투자 규모를 키우고 더 자주 거래한다. 그리고 리스크에 둔감해진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직전 시점의 시장수익률이 높을수록 개인투자자의 거래량이 증가한다.
즉, 시장이 좋을 때 더 많이 거래하고 더 많이 거래할수록 성과는 더 나빠지는 구조다.
과잉확신: 승자의 저주를 만드는 심리
승자의 저주의 원인은 '과잉확신(Overconfidence)'이다.
과잉확신은 자신의 예측이나 평가가 정확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투자능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믿는 경향이다. 이는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거래와 투기적 거래를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다.
수익이 나면 '내가 잘한 것'이라는 착각이 더욱 강해진다. 하지만 시장 전체가 올랐거나 단순한 운일 수도 있다.
행동재무 연구에 따르면 가장 활발하게 거래한 투자자들의 연간 순수익률은 11.4%였으며 가장 소극적인 투자자들은 18.5%를 기록했다. 이 7.1% 포인트의 격차는 불필요한 거래로 인한 거래 비용, 즉 자초한 결과였다.
더 자주 거래할수록 더 많이 손해를 본다. 수익이 나도 과신하면 결과가 안 좋아진다.
패자의 과신: 틀렸는데도 확신한다
반대 상황도 있다. 손실이 나고 있는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경우다. 이것도 과신의 한 형태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더해진 과신이다.
종목이 빠지면 반등을 기다린다. 그 사이 나의 판단을 지지하는 뉴스만 골라 읽는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아'라고 확신을 강화한다. 그리고 추가 매수까지 한다.
개인투자자가 금융상품 매매를 통해 실패하게 되는 과정은 세 단계다. 첫 번째 단계에서 초심자의 행운으로 금융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두 번째는 본격적으로 자본을 투입하고 규모를 늘리지만 과신의 편향과 확증의 편향에 빠진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투자 종목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지만 물타기 기법을 써서 손실 규모를 키운다.
처음 수익을 경험한 투자자가 큰 손실로 이어지는 가장 전형적인 경로다.
성과 기반 의사결정이 왜 위험한가
'성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 성과가 내 판단이 맞았는지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그 시점의 결과일 뿐이다. A라는 종목을 분석 없이 샀는데 우연히 30%가 올랐다. 이 결과가 '내 판단이 옳았다'는 증거일까? 아니다.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이다. 반대로 B라는 종목을 충분히 분석하고 샀다. 그런데 단기적으로 10% 빠졌다. 이게 '내 판단이 틀렸다'는 증거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결과와 과정은 다르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가 결과로만 나의 판단을 평가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행동 편향(behavioral bias)'으로 분류한다. 단기 변동성 구간에서 규칙 기반의 자동 투자 시스템이 감정적 의사결정보다 일관되게 유리한 결과를 낸다.
2021년 동학개미와 2023년 2차 전지 열풍
2021년 코스피가 3,300을 넘어섰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거두자 자신감이 높아졌다. 레버리지를 키우고 종목을 늘렸다. 이후 2022년 시장이 급락했다.
2023년 에코프로 등 2차 전지 주식이 폭등했다. 단기 수익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더 큰 금액을 투입했다. 하반기부터 급락이 시작됐다. 과신과 성과 기반 판단이 겹친 전형적인 결과였다.
수익이 났을 때 실력이라고 확신하지만 타이밍과 운이 컸던 것이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 손실로 이어졌다.
성과 기반 판단에서 벗어나는 3가지 방법
① 과정을 기록해라
수익이 나도 손실이 나도 그 이유를 꼭 적어둔다. '이 종목을 산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가 지금도 유효한가'를 체크한다. 결과가 아니라 논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훈련이다.
② 수익률과 실력을 분리해라
최근 수익이 좋다고 투자 규모를 무작정 늘리지 않는다. 반대로 손실이 났다고 전략을 바로 바꾸지도 않는다. 단기 성과는 노이즈일 수 있다. 충분한 기간과 횟수를 쌓은 뒤에 판단한다.
③ 악마의 대변인을 두어라
내 판단에 반대되는 근거를 스스로 찾아보는 습관이다. 매수하려는 종목에 대해 '이 종목이 실패할 이유는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다. 확증 편향을 의도적으로 깨는 방법이다.
잘 될 때가 가장 조심해야 할 때다
역설적이게도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수익이 잘 날 때다. 이때 과신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 많이 거래하게 되고 리스크를 줄여야 할 시점에 규모를 키우게 된다. 자신의 투자 능력을 과신하여 금융상품 매매를 단기적으로 반복하면 수익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관측된다.
수익이 났을 때 '내가 잘한 것인가, 시장이 좋았던 것인가'를 냉정하게 구분하는 것. 이것이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첫걸음이다.
핵심 정리
- 수익이 날수록 과잉확신이 커지고, 더 많이 거래하게 된다
- 거래 빈도가 높을수록 수익률은 낮아진다는 것이 연구로 반복 확인됐다
- 손실 상황에서도 확증 편향이 과신을 강화해 더 큰 손실을 부른다
- 성과가 아닌 과정과 논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습관이 핵심이다
다음 화에서는 '투자 일지·트래킹 투자법'을 다룬다. 감정과 데이터를 분리해서 기록하는 방법, 그리고 그것이 실제 투자 성과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 본 글은 투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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